가을은 그렇게 온다

가을 글귀 사랑

 

기다리지 않아도
때가 되면

올 사람은 오고
굳이 붙잡아도
떠날 사람은 떠나듯이

좀처럼 수그러질 것 같지 않던
여름날의 무더위도
어느새 기세가 꺽여 고개숙이고

아침 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
머리 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낄 때

가을은 새색시의 걸음으로
하얀 버선을 신은 채 소리도 없이
우리 곁에 사뿐히 다가온다.

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함께
정체를 알 수 없는 연민이

내 마음의 서랍장에
차곡차곡 채워져 갈 때

새벽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
가을은 전혀 예기치 않은 목소리로 찾아온다.

방황하던 나의 영혼이
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

가을은 노란 은행잎 위에
약속의 말씀을 깨알처럼 받아 적는다.

상처없는 사랑은 없다고
이별없는 만남은 없다고

마음이 우울할 때에는
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라고..

이정하

댓글 남기기